2024년 2월 28일 잊어버리지도 않겠다. 뜻밖의 상황이 언제였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당당히 2월 28일이라고 말하겠다. 약 한 달 전인 그날, 올해는 2월이 29일까지 있다는 것에 그리고 이걸 윤년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곱씹던 날이었다. 일본에서 윤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언젠가는 또 있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3월 1일 병원 통원이 잡혀있었기에 긴장감은 놓치지 않고 있던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달리 습관처럼 메일함을 들어가 메일을 확인했고 뜻밖의 소식을 보게 되었다. 抽選結果のお知らせ[IU〔神奈川〕※セブン-イレブン先行](추첨 결과의 소식[IU[가나가와]※세븐-일레븐 선행]). 아이유가 3월 9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투어를 한다는 소식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 첫 해외 공연의 시작은 일본이었고 우연한 기회에 일본의 콘서트 문화는 티켓팅이 아닌 추첨을 통해 구매가 진행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추첨이라면 일본 내에 전화번호가 있는 나 또한 간단하게 가입 후 당첨, 낙선 소식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가입부터 신청까지 막힘없이 진행했던 때가 생생하다.
그렇게 당첨 후 세븐일레븐을 통해 결제까지 진행하게 된 이후 3월 16일, 공연 일주일 전 티켓을 받아볼 수 있었다. 공연 당일이던 지난 토요일(23일)에는 부지런히 움직여 요코하마 아레나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를 전철을 통해 이동했고 비가 오지만 많은 인원이 모여있던 그곳에서 공연 전부터 왠지 모를 긴장감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게 인생에서 처음 가보게 된 콘서트였다. 티켓팅이라는 것도 해보지 않았던 내가, 무엇에 홀린 것이었을까?
공연 시간은 5시부터였지만 3시 30분부터 많은 인파가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대기하기 시작했고 라인을 잘 탄 것인지 맨 앞부분에 서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서는 4시에 본 공연장에 입장했고 멀뚱히 가만히 혼자 공연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를 또다시 느꼈다. 주변에선 일본어만 계속 들려오지만 누군가 흥얼 거리는 노랫말은 한국어이고 저마다 응원법을 외우는 소리는 또한 한국어이다. 기대에 한껏 상기된 일본인 팬들의 표정과 여기저기서 비치는 응원봉의 불빛이 나를 몽롱하게 만들었다.
5시하고 5분 정도가 흘렀을까, 기다림에 조금은 지친 관객들이 박수를 점점 치기 시작했고 순간, 아이유가 등장했다. 두 곡을 연달아 부른 후, 인사를 했고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진행을 했다. 이후도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콘서트의 구성이 어떻게 이렇게 잘 짜여질 수 있을까, 감탄에 내 입은 다물어질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이지 수식어가 필요 없는 아티스트였다.
아이유는 내 유년 시절에도 줄곧 함께 해왔다. Boo를 시작해 최근 발매한 앨범까지, 감히 유애나라고는 불리울 수 없는 팬클럽에 가입한 사람은 못되지만, 그럼에도 줄곧 찾아듣는 아티스트였다. 그런 그녀의 라이브를 숨이 차지 않게 3시간을 내달리는 작은 체구의 저 사람이, 타국에서 한국어로 자기가 하고픈 말을 담은 노래를 스스럼없이 부르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따라 부르는 이 사람들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통역을 통해 일본어로 질문을 해도, '네'라고 돌아오는 대답의 광경이, 벅찼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다 잡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한건 그녀의 노력이 눈에 보인다는 것.
노력은 결과로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이라는 것은 행위를 해나아가고 있는 과정 아닌가? 물론 수많은 결과들이 있었겠지만 공연의 그 과정 중에 노력이 내게 보이게 된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훗날, 아니 머지않아 내 인생을 멈추어 펴볼 수 있게 되는 어느 한 지점을 만나게 된다면 나 또한 나의 노력이 어떠한 형태로든 눈을 통해 보여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파졌다. 언제가 될지도 내가 감히 스스로를 그렇게 판별해 내기도 어렵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까?
P.S. 추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비단 나의 운도, 누군가의 선택도 아니었을 것이나 우연한 기회가 주어진 어느 날이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처음 느껴본 이 감정은 유별나 보이겠지만 어딘가에는 감사를 전해야겠다. 그녀의 서사가 담긴 무수한 공연 중 단 한 회차의 관객이 될 수 있었던 점에 세상에 감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