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부터 조금씩 이곳에서 면접을 보고 있다. 일본 워홀 커뮤니티를 보면 도착 후 3주 만에 일을 구해 곧바로 생활을 하는 이들이 많은 것에 비해 나는 한참 늦었다. 한국에서 퇴사를 비롯해 미쳐 끝내지 못한 시험과 과제들로 늦어지기도 했고 현지 적응은 완료했으나, 좀 더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등 다양한 이유들로 오기 전부터 3개월 정도의 여유 계획 시간은 잡아두긴 하였으나 그럼에도 일본어로 서류전형을 준비하는 것에는 한국에서보다 공이 많이 드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면접 기회라도 주어지면 전 날까지도 예상 면접 질문의 답변을 외우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워홀을 오기 전까지 대학을 졸업 후 그동안 많은 회사에서 면접을 보아왔다. 알바부터 시작해 인턴, 계약직, 정사원까지 직책에 관계없이 내가 사용해 본 서비스에서 적합해 보이는 채용공고라면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다. 자소서, 포트폴리오 등을 수정과 보완을 거쳐 지원하는 것은 수고스럽지만 내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합격 여부의 판단은 그들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어렵지 않게 지원할 수 있었다. 다만, 나를 작아지게 하는 건 언제나 그렇듯 면접이었다.
비대면 면접에서 면접관의 얼굴을 보여주시지 않고 진행했던 면접도 있었고, 1차 실무진 면접과 2차 팀장 면접을 당일 한 번에 보기도 하였으며, 준비되지 않은 질문엔 답변하지 못해 식은땀이 나는 등 늘 최소 50분을 채우던 면접들에 끝이 나면 하루 동안 맥을 못 추리 던 나날도.. 지금이야 추억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긴장만 하는 내 모습을 굳이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이곳에서도 면접의 시간은 최소 50분. 그 긴 시간을 타언어로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싶은 걱정도 잠시 있었지만 왜인지 이번에는 달랐다. 낯선 곳에서 주어진 기회여서 일지, 외국인에게 주는 배려 때문일지, 면접이 시작되기 5분 전까지만 해도 긴장되었지만 시작되고 나서는 면접관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제껏 경험해왔던 면접과는 다른 분위기로 그들은 '나'라는 사람 자체를 궁금해함이 느껴졌다. 덧붙여 그들은, 그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합격 시, 내가 일하게 될 포지션에 대해서도 먼저 소개했다.
항상 나의 면접은 면접관이 면접자인 내게 자기소개를 요청하며 시작됐다. 그러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작되었던 일본에서의 첫 면접은 생소하기도 하면서 긴장감이 조금은 풀리는 기분 좋은 면접으로 남아있다. 비록 불합격이라는 아쉬운 결과였지만 어느 때보다 나라는 사람 그 자체를 봐주던 면접관 덕분에 이후 또 다른 면접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면접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이 되어본 자가, 제공자의 입장으로 팀에 소속될 수 있도록 마주하여 확인하는 자리라는 것을, 쌓아온 이력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포장 없이 그들의 동료로, 업으로 녹여낼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해 내면 된다는 걸 알게 된 2월이었다. 워홀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 또다시 마주하게 될 수많은 면접에서 이제 더는 '을'의 입장에서의 극도의 긴장감은 떨쳐버려도 괜찮겠다 고 생각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