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냈다고 느꼈던 건 도쿄에 온 지 이틀째, 세븐일레븐 안에 덩그러니 있던 복사기에서 복사를 해내었을 때이다. 해외여행를 갔을 때는 첫 공기부터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데 어김없이 그날도 그걸 느꼈다. 복사를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따로 정보를 찾지 않고 들어가자마자 자연스럽게 해보겠다는 작은 목표가 있었는데 막힘없이 해내었을 때 내 안의 조그마한 성취감이 느껴졌다. 누군가는 고작 그 정도로..?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낯선 환경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가 해낸다는 건 생각보다 내 자신에게 성취감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알게되었다.
생각보다 언어라는 건, 많은 걸 요하는 것 같다. 한 번은 넷플릭스에서 '私の初めてのお使い(나의 첫 심부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이곳에선 딱 그 정도 수준의 언어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이하일지도 모르겠지만 다큐에서 요하는 딱 그 정도 수준의 나만의 작은 목표를 하루하루 가지고 성취하려 하고 있다.
두 번째 작은 성취감은 마트에서 불쑥 나타났다. 도쿄의 모든 마트에서 행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는 곳의 주변은 계산 시, 캐셔가 바코드를 찍어준 후 계산은 직접 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 캐셔 분들이 '비닐봉지 필요하세요?' '포인트 적립하시나요?' '젓가락 필요하세요?' 등등의 질문을 하는데 처음에는 빠른 질문들에 당황만 할 뿐이었다. 사실 매번 반복되는 질문에 따로 요구하는게 없다면 내가 답해야 할 문장은 정해져있는데 그건 '大丈夫です(괜찮습니다.)'. 알고 있지만 실전에서 사용한다는게 처음엔 참 힘든 것 같다. 입이 떨어지지도 않고. 그럼에도 지금의 내가 마트 안에서 머릿속 문장을 내뱉고 모르는 문장이 나올 땐, 이해하지 못했다고 되물을 수 있는 작은 나아짐이 내겐 성취감으로 다가온다.
도쿄 생활 약 4주 차가 접어드는 지금, 아무리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행하고 싶어도 아직은 세 살배기 걸음마 수준이다. 그럼에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도록 매일 작은 목표를 하나, 둘 세워 해 나아가고자한다. 그 작은 성취감들이 모여 1년 뒤에는 저절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부단히 힘써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