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살아보고자 했던 이유는 열 손가락 다 펴도 모자랄 만큼 많다. 그중 단연 1순위는 일본의 카페 문화를 천천히 그리고 많이 보고자 했던 것. 일본 전통 카페라고 하면 커피와 더불어 음식을 함께 판매하는 킷사텐이 있고 와이파이와 전기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프랜차이즈 카페, 이렇게 크게 2가지로 나뉘게 되는 것 같다.
때로는 집 근처의 현지인이 즐기는 킷사텐을, 때로는 지하철을 타고 관광객이 많은 지역의 카페를 탐구하듯 다양한 공간을 가보고 있는 요즘이다. 그럴 때마다 짧지만 지속적으로 느꼈던 것은 일본의 노년층은 카페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점이다.
내 눈에만 그리 보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모습이 정말 노신사와 여사라는 단어가 제격인 듯,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신문, 책, 스마트폰 등 저마다 다양한 볼거리와 읽을거리로 그들의 개인 시간을 소중히 보내고 있었다. 시간을 때운다는 관점이 아닌 그들에게서 뭔지 모를 여유로움을 느꼈고, 이는 이른 아침, 점심, 오후, 저녁 시간에 관계없이 다양한 카페에서 많이 보았다.
내게는 할머니가 두 분(친할머니, 외할머니) 계시는데 두 분과 함께 카페를 가본 경험은 손에 꼽는듯하다.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비교적 할머니들과의 왕래가 20대에 들어서도 자주 있어왔다. 최근 약 3년간 타지 생활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을 뿐, 만날 때마다 함께 가고 싶은 카페를 외할머니와 엄마와는 함께 가는 것을 즐겨 했다.
그럴 때마다 외할머니께서는 "젊은이들이 오는 곳을 손주들 아니면 어떻게 가보겠어."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할머니께 효도한다는 생각에 뿌듯해지기만 했을 뿐, 그 이상의 생각은 가져보지 못했다. 왜 우리의 할머니들은 노인정과 집에서만 시간을 보낼까, 왜 우리의 할머니는 집 앞 카페에 가서 주문하는 걸 어려워할까, 왜 한국의 카페에서 70-80대를 찾아볼 수 없는 걸까..
단지 카페 문화가 늦게 들어온 문화적 차이인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일본의 고령층은 경제적으로 부유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OECE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인 한국 사회의 고령층을 떠올리면 왜인지 모를 울분이 생기기도 한다. 나를 비롯해 나의 부모 세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부양 관련 정책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요즘이다. 생각의 끈이 연결되어 최근 완결된 '노인의 꿈'이라는 네이버 웹툰도 보게 되었고 지하철을 타고 오가며 보다가 혼자 주책맞게 눈물 글썽이기도 하고..
미디어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약 15년~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인구구조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한 개인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나의 부모세대에게 어떤 자녀가 되어야 하고 내 노년을 위해 어떤 걸 준비해야 할까. 막연하겠지만 내게도 언젠가 닥칠 노년의 삶을 위해 경제력을 갖춘 3040이 되었을 때, 노후를 살아갈 다양한 공간과 사회적 서비스 개선 등에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오늘도 바라본다. |